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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정태님의 이 글은 읽다보면 노무현의 꿈 혹은 노무현에게 집약된 국민의 꿈이 결국은 진보 시당의 그것이었다는 이야기로 넘어가는 데 그 핵심이 있다. 그 내용을 짚자면 FTA 반대, 재벌 해체 등의 사회 경제적 정책과 그것을 가능하게 할 정당 정치의 제도적 개혁 등일 것이다. 그래서 노정태님은 그걸 전제로 "노무현은 자신의 꿈 혹은 국민들의 염원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재벌의 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당 정치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진보 신당은 그걸 해내고 있다. 잘 몰라서 그런데 진보 신당이야말로 노무현이 하고자 했지만 못한 것을 이루고 있는 유일한 정당이다. 그러므로 아직도 진보 신당을 지지하지 않고 노무현에 하악하악 대면서 낡은 정당에 대한 지지를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결국 노무현을 배신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들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노무현의 이상이 혹은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의 바람이 그것으로 귀결되는가?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 내려도 좋을까?
2.
나이샷님의 글( http://juwolf.egloos.com/2366311)은 그런 점에서 진보 신당 혹은 노정태와 다른 경제적 관점을 가졌지만 넓게 "좌파"에 포진될 수 있는 포지션이 있다는 걸 지적하고 있다. 언급한 장하준이 그렇고, 사회디자인연구소(kimdaeho.egloos.com)이 김대호님도 이 부류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현실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노선이나 친재벌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한국의 많은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쉽게 "신자유주의"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없고, "재벌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어젠다가 대표성을 갖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데다가 이질적인 주체들이 참여하는 경제 문제는 항상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우파라고 부를 만한 입장 내부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단순히 "반대파로서의 좌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설사 그것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적이라는 귀결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사실 신자유주의라는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적지 않을 것이다. "아직 결론을 못내렸다고? 여기는 확실한 결론 내렸으니 닥치고 따라 오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도대체 왜 그렇게 독선적인가.
3.
사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중정치란 숙고와 분석의 산물이 아니다. 황우석에 대한 열렬한 지지, 광우병 파동 때의 미국 쇠고기에 대한 공포의 만연 등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신자유주의 반대, FTA 반대,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정당의 구성원들 중 상당수가 이와 별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게 모욕일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착오와 오인이 항상 벌어지지만, 그 어느 약한 고리로 뚫고 나온 욕망과 바람 그 자체는 실재한다는 것이 대중정치의 본질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과연 어디로 향하는지 혹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꿰뚫어 보는 게 (크든 작든) 정치적 리더 그룹이 해야할 일일 거다. 노무현에 대한 지지는 그렇게 동질적이지만은 않다.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약간씩 다른 이유로 그를 지지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노무현에 대한 지지가 결코 진보신당의 이념이나 강령에 대한 지지와 동일하지 않다는 건 너무나 자명하고 명백하다.
만일 노정태님이 "서민을 위하는 정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건 노무현의 그 노선이 아니라 사실은 진보 신당의 그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면, 왜 진보 신당이 대안인지를 설득해서 보여주면 되는 문제다. 대중 정치란 그런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하는 것,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하거나 적어도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당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 그러나 노정태님은 그러기보다는 정파의 이익을 위한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여주졌다. 노빠를 까고 그들을 적대적으로 취급하며 그 반대급부를 이용해 자기 진영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과시하는 것. 그건 노무현 지지라는 대중정치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대중적 욕망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더 나아가 그들로 하여금 각성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소수(진보 신당은 소수 정당이다)의 동조자들의 지지와 함께 많은 수의 적대적인 반감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럼 이제 자신은 진실을 지적했으므로 깨닫지 못한 것들이 바보이고 그래서 그 바보들이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자신의 논점이 입증되었다고 스스로 만족하시는가.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은 여러 가능성을 갖고 있고, 그 가능성 혹은 동력을 어떻게 자신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것인가 하는 고민은 민주당부터 진보진영까지 누구나 해야할 고민일 것이다. 여기서 "골수 노빠"들을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구태여 따지고 설명할 이유조차 없다. 얼마나 입바른 소리를 했건, 적어도 논객을 자처하면서 그런 글을 쓴다면 대중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라이프펜님의 글( http://lifepen.egloos.com/4159395)은 대중정치의 영역에서 어떤 접근법을 가져야 하는지를 지적하고 있고 나 역시 중언부언했지만 여기에 대해 동의한다. 입바른 논객들이 범하는 우를 뼈아프게 지적하는 글이다. 적어도 어떤 정파를 위해 나서는 사람은 발끈한다고 쉽게 입을 놀려선 안된다. 남의 회사에서 벌어먹고 사는 사람도 그러지 않는다. 논쟁에서 상대방 입을 틀어 막지만 결국 정치에서는 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논객의 한계다. 이게 얼마나 뼈아픈 것인지 반성하지 않는다면 "논객"들이 넘치는 진보신당이 왜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노빠로 만들어버린) 노무현의 진정성에 대해서 보지 못한다면 그건 좌파건 우파건 진영 논리, 정파적 이해 관계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어떤 진영이나 정파적 이해 관계에 소속된 것이겠지. 하지만 적어도 노무현은 항상 속도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쉽게 안된다고. 그게 변명이라고 생각하면서 비난하는 인간은, 세상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인간이다. 적어도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거다.
어떻게 중심을 잡으면서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을 포섭하고 같이 갈 것인가를 고민하면, 상대방의 장점을 보게 된다. 내가 진보신당에 입당해 당비라도 보태고 있는 건, 장기적으로 그 길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민주당을 찍는다. 그리고 유시민을 지지한다. 나 같은 사람을 회색분자로 몰고 진보신당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진성 당원들이 결국 진보신당의 미래를 막고 있는 게 아닐까. 진짜로 노정태님과 노정태님을 지지하는 분들은 대중정치가 뭔지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 소수의 진성당원으로 혁명이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철 좀 드시라. 비난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그거 하나 뿐이다.
4.
우리는 계속 원론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원론만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원론은 노무현의 유산, 민주주의의 수호, 서민 경제의 파탄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우리는 이미 답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내놓는 것처럼 섯부른 일은 없다. 왜냐면, 아직 한 번도 그것이 가능한지, 성공적일지에 대해서 검증을 받을 수 없었던 대안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열망의 에너지와 그 동력뿐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답이 있는데 왜 안 오고 지랄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리석고 조급한 일은 없다.촛불 집회에서 설레발치던 "다함께"같은 수준으로 정치할 생각이면 정당 정치를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난 노무현 서거 정국이 남긴 최대 공약수가 무엇인지 아직 확신을 못하고 있다. 노정태님의 글 덕분에 그게 진보신당은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하긴 했지만 말이다. 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 현실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예를 들어 김우재님은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비웃으면서 검찰 개혁, MB 악법 저지라는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어야 한다고 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술수 가득한 글보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