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나의 독서론

論 - 槪念 | 2009/06/09 22:01 | aleph

.

0. 발단

 

Inuit님 -> 유정식님 -> 쉐아르님 -> 김우재님:->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 김우재님을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화들짝).

 

 

1. 독서는 [동사]다.

 

독서론이라고 해서 별 게 없어서 또 죄송하다.

 

누군가의 말을 빌자면 인간이란 게 8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일뿐인 우울한 존재란다. 섹스를 아무리 좋아해도, 먹을 걸 아무리 좋아해도 8시간씩 못한다는 것이다. 난 그 이야기를 듣고 별로 동의할 수가 없었다. 밤새 섹스를 본 적도 있었....... 던가 여부는 그냥 접어두고 아무튼 LA 갈비집에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고기를 먹은 적도 있었을 뿐더러, 15시간 리니지2를 한 적도 있고, 어쨌거나 일 빼고는 대부분 8시간 가까이 할 아는데, 난 일만은 도저히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했다. 공부도 그렇게 해 적이 없다. 하루 종일 깨어서 수업 다 들어본 날이 일년에 손꼽을 정도였다.

 

오히려 절대 질리지 않고 해도 해도 좋은 유일한 게 잠이고, 잠을 빼면 책 읽는 거다. 사실 한 때는 섹스하느라 밤도 새고, 게임 하느라 날도 새고, 하루에 영화를 다섯 편씩 봐 제끼거나 대전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거나 하는 짓거리를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돌이켜보면 다 시기가 있었던 것들이었고, 변하지 않고 꾸준히 할 줄 아는 거라곤 읽는 것뿐이다.

 

어릴 적 집이 망해서 집 지키면서 할 있는 거라곤 집에 있는 책을 읽는 것이었고, 마치 한 번 빠지면 더 많은 포르노를 원하게 되는 포르노의 해악처럼 책은 책에 대한 갈망을 낳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의 목록만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잠시 쉬거나 늦출 수는 있어도 끊을 수 없는 게 이거다.

 

내가 만든 절대 절명의 선택지가 "평생 섹스를 안하고 살래, 아님 책을 전혀 안 보고 살래?"라는 질문인데 내가 만들었지만 나는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다. 방금 섹스를 끝낸 상태라면 지친 수컷 원숭이는 "이제 더 안해도 좋아. もう やだ~"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책에 대해서 어떻게 "이제 그만.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겠나.

 

그래서, 그냥 읽는다. Lecito ergo sum.

 

오일러의 소식을 전하던 편지 한 구절처럼 죽을 "XXX씨는 이제 책을 더 안 읽습니다."라고 부고를 낼 거다.

 

 

2. 김우재님으로부터  

 

김우재님은 잘 생겼다, 똑똑하다, 키도 훤칠하다, 게다가 열정과 여유의 조화를 아는 멋쟁이다, 등등의 찬사보다 중요한 건, 예전에 노래방에서 내가 부르려던 곡을 우재씨가 먼저 입력할 때부터 생겨난 악연이다. 얼마나 잘 부르나 보자, 고 원망섞인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빌어먹을, 너무 잘 불렀다. 젠장. 잊지 않겠다......

 

그거 빼고는 원한은 없다. 내가 한 때 두근두근거리던 처자 한 명이 술에 취해 김우재님에게 기대있던 원한 따위는 다 잊었다 (몰랐지요?)

 

 

3. 릴레이를 이어가려면

 

뭐 친한 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포스팅을 시작한지 몇 달 안된 듣보잡 블로그라 그냥 염치없이 자주 가는 곳의 주인을 추천하겠다. 

 

Libralist monolog의 혜란님. 꽤 오래 전에 웹서핑을 하다 발견한 블로그였는데, 한참 후에 가보니 여전히 책을 읽고 계셨다. 사진의 미모에 두근거림을 금할 수 없는 데다, 그 자근자근한 글들을 읽다보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걸 느끼곤 한다. 그러고 보면 블로깅하길 잘 했어요 (먼산). 얼마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에 대해 댓글 한 번 달고 온 게 전부인데, 인사도 없던 듣보잡 블로거의 청이지만 받아주시길.

 

그리고 모기불통신의 모기불님.  <책을 적게 읽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계신 분이다. 독서론은 이 분에게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건 핑계고, 어떤 분인지 전혀 아는 것도 없고 이 듣보잡이 트랙백을 몇 번 걸어 묻어가려고 했던 것 뿐이지만, 거의 매일 들러서 글을 읽어 보게 된다. 평소의 고마움을 이 릴레이를 통해 은혜를 원수(?)로라도 갚아 드리고 싶었다 (귀찮은 일을 부탁드려 죄송).

 

에, 릴레이는 여기서 잠깐 보류를......(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