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아옌데님이 댓글에서 해주신 말씀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신분석 이론에 관한 글들을 보고 있다. 시간을 쪼개 쓰느라 결론적인 포스팅은 한참 더디게 나오겠지만 중간에 잠깐 잠깐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대충 땜질 포스팅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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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 맛배기로 몇 가지만 언급하고 시작해 보자.
프로이트에 대해서 여러 가지 평가가 존재한다. 그의 독창성과 역사적인 영향력을 주목하면 그는 담론성의 창시자이고, 의심의 해석학을 현대에 가져온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볼 때 그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을 빌려 왔다. 그의 독창적인 부분이라면 임상적 사례 연구일 텐데, 누군가에 따르면 이것은 사변에 물들지 않은 그나마 경험적이고 긍정적인 건더기이고, 다른 누군가에 따르면 이론에 끼워 맞추기 위한 부정직한 사기일 뿐이다.
프로이트와 프로이트주의자들 사이의 관계도 복잡하다. 프로이트를 옹호하면서 프로이트주의 혹은 프로이트주의의 일부 분파들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입장이 가능하다. 반대로 프로이트의 공헌과 기여는 인정하면서 그와 결별한 후계자들이 더 올바른 길을 걸었다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 프로이트주의자들 내부에서도 정신분석의 이론과 프로이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콩가루 집안은 아니다. 미국 심리학회에서 정신분석 교과서들을 출간하는 걸 보면 최소한 그 내부에서는 주류적인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이트 이론의 위상은 어떻게 되는가? 주류 심리학 교과서에서 인덱스를 찾아봐도 몇 줄 나오지 않는 그의 이론은 발달 심리학에서 (성과 퍼스낼리티를 연결시킨 여러 이론 중의) 한 가지 고전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긴 하다. 게다가 정신 병리학(신경증, 히스테리, 도착 등)에 대한 고전적인 이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음의 과학"으로서의 지위는 이제 거의 완전히 무시된다.
물론 이것은 영미를 중심으로 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미국에서도 전후 어느 정도 시기까지는 프로이트주의 임상 실천가(clinical practitioner)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설로웨이, 그륀바움 등 비판자들의 활동과 함께 false memory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무엇보다 치료 효과에 있어서 특출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이론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근본적인 결함 때문에) 임상 치료 문화 속에서도 정신 분석의 효용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그 영향력이 줄어 들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나 남유럽, 남미 지역에서는 (라깡 학파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기도 한데) 정신분석이 여전히 임상 분야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분석에 대한 전쟁 혹은 "토벌'은, 사실 "학문으로서의 심리학" 내부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쪽에서는 그럴 가치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미 멀리 와 버렸다. 정신분석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 영역은 임상 실천가 일부, 정신분석을 사회 비평에 활용하려는 비판 이론가들, 그리고 문화 이론가, 그리고 철학자들의 영역이다. False Memory, 억압된 기억의 신화에 대한 비판은 임상 영역에서 제기된 대표적인 반론/공격 중 하나였다. 정신분석 기법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것이 많은 기법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원래 임상 영역이 가지는 절충주의적 성향을 고려한다면 프로이트 이론 자체가 특별한 (배타적인) 존재 가치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쨌든 (영미에서) 이 분야의 저술 활동은 활발해 보인다.
하지만 철학, 사회/문화 비평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정신분석은 현대적이고 매우 설득력이 있는 담론이 된다. 이 분야의 이론가들이 정당화와 근거보다는 설득력이라는 기준에 더 치중해 있기 때문에 정신분석에 대한 과학적 비판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듯 보인다. 정신분석이 더 발전해서 해결될 문제라는 식으로 유보하거나 혹은 "마음의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적 이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철학이라는 식으로 슬쩍 도피하거나 말이다. 이쪽 노선을 따르게 되면 경험적인 이론이라기보다는 선험적인 이론, 과학이라기보다는 담론의 수사학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는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정신분석 자체를 어떤 근거 위에서 정당화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정도의 맥락에서 정신분석의 주요 비판자들을 정리하고, 정신분석 내부에서의 논란과 방어를 훑어 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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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할 만한 좋은 연구서나 자료가 있으면 추천 부탁 드립니다.


